[6편] 치는 곳 말고 쉬는 곳 — 라운지와 카페
스크린골프장에서 돈을 버는 건 타석입니다. 시간 단위로 팔리니까요. 그런데 손님을 매장에 붙잡아 두는 건 스크린골프장 라운지입니다.
이 둘은 다른 일을 합니다. 시리즈 마지막 편은 치지 않는 공간 이야기예요.

라운지는 시간을 파는 공간입니다
계산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네 명이 두 시간 예약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매장에 머무는 시간은 두 시간이 아니에요. 먼저 온 사람이 나머지를 기다리는 20분이 있고, 끝나고 정산하면서 얘기하는 20분이 있습니다. 앞뒤로 40분쯤이 예약 시간 밖에 있어요.
이 40분을 매장 안에서 보내면 커피가 팔리고 음식이 팔립니다. 밖으로 나가면 0원이고요. 라운지가 있냐 없냐가 여기서 갈립니다.
그리고 3편에서 얘기한 동반자 문제가 또 나옵니다. 네 명이 와도 한 번에 한 명만 치니까요. 타석룸 안에도 소파를 뒀지만, 아예 안 치고 구경만 하러 온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두 시간 동안 갈 데가 없으면 다음번에는 안 따라옵니다.
“건물에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게 해주세요. 다양한 공간으로 채워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요.”
“부담 없이”라는 말에 무게가 있었습니다.
스크린골프장은 진입 장벽이 있는 공간이에요. 골프를 안 치는 사람은 들어올 이유가 없습니다. 일행을 따라왔더라도 타석룸 안에 앉아 있으면 어쩐지 눈치가 보이고요. 그런 사람이 편하게 있을 자리를 따로 만들어달라는 뜻이었습니다.
창은 전부 라운지에 줬습니다
이건 평면 계획에서 꽤 중요한 결정이었는데, 사실 답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타석룸에는 창이 필요 없어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낮에 햇빛이 들어오면 스크린이 뿌옇게 뜨거든요. 시리즈 내내 반복한 그 문제입니다. 그래서 타석룸에 창이 있으면 결국 암막으로 다 막게 돼요. 막을 거면 처음부터 창가에 배치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 자연광이 들어오는 자리는 자동으로 남습니다. 그 자리를 전부 라운지가 가져갔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 건물의 창밖 풍경이 특별히 좋은 편은 아닙니다. 바다가 보인다거나 도심 야경이 펼쳐진다거나 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서 효과를 내는 건 풍경이 아닙니다. 개방감이에요. 통창이 크고 천장이 높습니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 밖에 뭐가 보이든 공간이 훨씬 넓게 느껴져요. 타석룸에서 두 시간 동안 어둡고 닫힌 상자에 있다가 나온 사람한테는 이 대비가 꽤 큽니다.
그래서 카페는 건물 코너 쪽에 앉혔습니다. 코너는 두 면이 창이라 빛이 양쪽에서 들어오고, 시야도 한 방향에 갇히지 않고 넓게 열립니다. 같은 면적이라도 코너에 놓으면 개방감이 배가 돼요. 건물에서 가장 값나가는 자리를 매출이 가장 적게 나는 공간에 준 셈인데, 이건 계산이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라운지는 2층에만 있습니다. 3층은 평면이 같으니 같은 위치에 같은 크기의 공간이 생기는데, 거기는 회의실로 갔어요. 4편에서 다룬 그 회의실입니다.
같은 자리를 층마다 다르게 쓴 건데, 결과적으로 손님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납니다. 편하게 늘어져 있고 싶으면 2층 라운지로, 일행끼리 모여서 얘기할 자리가 필요하면 3층 회의실로 가면 되니까요. 공간을 복제하지 않고 나눠 쓴 셈입니다.
빈백만 두면 안 됩니다
라운지 가구를 고를 때 처음에는 빈백 위주로 생각했습니다. 골프를 치고 나면 허리와 다리가 피곤하거든요. 각 잡힌 의자보다 몸을 묻을 수 있는 자리가 낫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이게 함정이 있습니다. 빈백은 앉기는 편한데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무릎이 안 좋은 분들, 나이가 있는 손님한테는 오히려 불편한 가구예요. 스크린골프장 손님 연령대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그래서 섞었습니다. 창가 단 위에는 빈백을, 안쪽에는 팔걸이가 있는 낮은 의자와 테이블을 뒀어요. 팔걸이가 있으면 짚고 일어날 수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차이로 라운지를 쓸 수 있는 손님 폭이 달라집니다.
테이블 높이도 낮게 잡았습니다. 여기서 식사를 제대로 하는 게 아니라 음료와 간단한 안주 정도가 올라가는 자리라서요.
유리블럭을 다시 꺼낸 이유

4층 카페와 연습장 사이에 경계가 필요했습니다. 여기가 까다로웠어요.
완전히 막으면 카페가 창고처럼 답답해집니다. 열어두면 타격음이 그대로 넘어오고요. 유리로 하면 소리는 좀 막히는데 시선이 그대로 통과해서, 커피 마시는 사람과 치는 사람이 서로 쳐다보게 됩니다. 둘 다 불편해요.
그래서 유리블럭으로 갔습니다. 빛은 통과시키면서 형태는 뭉개주는 재료예요. 저쪽에 사람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누가 뭘 하는지는 안 보입니다. 두께가 있어서 소리도 판유리보다 잘 막고요.
한동안 촌스럽다고 안 쓰이던 재료인데, 이 조건에서는 아직 대체할 게 마땅치 않습니다. 요즘은 색이나 표면 질감이 다양해져서 예전 느낌도 안 나요.
여기만 조명 톤을 바꿨습니다
1편부터 계속 조명 얘기를 했는데, 라운지에서는 기준이 달라집니다.
타석룸과 연습장의 조명은 철저히 기능이었어요. 공이 보여야 하고, 스크린이 선명해야 하고, 대기 공간이 밝아야 하고. 목적이 뚜렷하니까 답도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라운지는 목적이 다릅니다. 여기서는 분위기 자체가 기능입니다. 오래 앉아 있고 싶게 만드는 게 목표니까요. 그래서 천장에 블랙 프레임 라인 조명을 격자로 짜 넣었습니다. 조명이 빛만 내고 끝나지 않고 천장의 조형까지 겸하도록요.
색온도도 다른 층보다 조금 따뜻하게 잡았습니다. 흰빛에 가까운 조명은 사물을 또렷하게 보여주지만 오래 있으면 긴장이 풀리지 않아요. 반대로 노란 기운이 섞이면 몸이 이완됩니다. 몇백 켈빈 차이인데 앉아 있는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계단실까지 손을 댄 이유

계단실은 예산 회의에서 항상 잘리는 공간입니다. 손님이 거의 안 쓰니까요. 다들 승강기를 타죠.
그런데 실제로는 쓰입니다. 한 층만 이동할 때는 계단이 빠르고, 피크 시간에 승강기가 안 오면 걸어 올라갑니다. 직원은 훨씬 자주 쓰고요.
여기는 층고가 뚫려 있어서 위아래로 시야가 열립니다. 그 수직 공간에 펜던트를 하나 길게 늘어뜨렸어요. 조명 하나 값으로 계단실이 “비상계단”에서 “매장의 일부”가 됩니다. 비용 대비 효과로 따지면 이번 현장에서 가장 남는 장사였던 것 같습니다.
대기 시간이 긴 업종을 운영하신다면
예약 시간 앞뒤로 대기 시간이 생기는 업종(스크린골프, 미용실, 병원, 키즈카페 등)이라면 이 40분을 어디서 보내게 할지가 곧 매출입니다. 매장 밖으로 나가면 0원이고, 안에 붙잡아두면 음료든 뭐든 팔립니다. 그래서 저는 창가처럼 가장 좋은 자리를 오히려 매출이 적게 나는 라운지·카페 쪽에 몰아주시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직접 매출과 무관해 보여도, 손님이 매장에 머무는 총 시간을 늘리는 쪽이 결국 재방문과 이어집니다.
가구를 고르실 때는 편한 것 하나로 통일하지 마세요. 몸을 푹 파묻는 좌석은 젊은 손님에게는 좋지만 무릎이 안 좋으신 분에게는 오히려 불편합니다. 짚고 일어날 수 있는 팔걸이 좌석을 섞어두면 쓸 수 있는 손님의 폭이 넓어집니다.
여섯 편을 마치며
1층 로비부터 4층 연습장까지, 한 매장을 여섯 편에 걸쳐 정리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3D가 한 일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도면 위의 숫자가 사람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미리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타석룸 폭 몇십 센티가 실제로 답답한지, 어두운 바닥에서 조명을 얼마나 더 써야 밝게 느껴지는지, 천장 색이 벽까지 물드는 정도가 과한지. 전부 숫자로는 판단이 안 서는 것들이었어요. 그래서 한 달 동안 현장에서 고쳐가며 그렸습니다.
결과적으로 3D에서 정한 것의 90% 정도가 그대로 지어졌습니다. 준공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이 시리즈가 스크린골프장을 준비하시는 분이나, 상업공간 3D를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자재나 시공 방식에 대해 더 궁금한 게 있으시면 문의 남겨주세요.
※ 이 글의 이미지는 모두 직접 작업한 3D 렌더링입니다.
※ 클라이언트 및 현장 식별 정보는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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