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비 인테리어 3D 렌더링

렌더와 실제 사이 시즌2 ①: 호텔 로비, 3D 그대로 지어질까

작년에 아파트 한 세대를 통으로 리모델링하면서 “렌더와 실제 사이”라는 시리즈를 썼습니다. 3D 렌더링과 시공 후 실제 사진을 나란히 놓고, 어디가 같고 어디가 다르게 느껴지는지를 하나씩 짚어본 글이었는데요. 이번에는 무대를 옮깁니다. 숙박시설, 그러니까 호텔과 모텔입니다.

왜 숙박시설이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쪽이 렌더와 현장의 간극이 훨씬 큰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설계와 시공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 그 간극을 매일 몸으로 겪습니다. 이 시리즈는 그 간극이 어디서 생기고, 어떻게 좁혀지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시공 전 · 3D 렌더

호텔 로비 인테리어 3D 렌더링

시공 후 · 실제 현장

호텔 로비 엘리베이터홀 시공 완료 사진

부산의 한 호텔 리뉴얼 현장입니다. 왼쪽이 설계 단계의 3D 렌더, 오른쪽이 준공 직전의 실제 모습입니다.

막혀 있던 안내데스크를 걷어내는 일부터

이 현장의 1층은 처음에 전형적인 안내실이었습니다. 벽이 있고, 그 안에 데스크가 놓여 있고, 손님은 창구 앞에 서서 열쇠를 받는 구조요. 예전 숙박시설이 대부분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즘 손님이 1층에 기대하는 건 안내실이 아니라 로비입니다. 이 눈높이가 올라간 게 리뉴얼의 출발점이었어요. 그래서 기존 공간의 답답함을 벗어나기 위해 구조를 바꿨습니다. 물론 벽이라고 다 뜯어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구조적으로 건드리면 안 되는 벽인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범위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안에서 가능한 만큼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안내실이 오픈 리셉션으로 바뀌면서 1층이 로비다워졌습니다.

무인 시대의 1층 — 키오스크와 기다리는 자리

공간을 넓히면서 같이 정리한 게 운영 장비입니다. 요즘은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 체크인하고 싶어 하는 손님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그래서 키오스크를 두고, 음료와 제빙기를 비롯해 투숙 중 필요한 물품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신경 쓴 게 대기 공간입니다. 발렛을 기다리는 손님, 일행을 기다리는 손님이 서 있을 자리요. 이런 자리가 없으면 손님은 리셉션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게 되고, 그 몇 분이 길게 느껴집니다. 앉을 자리와 시선 둘 곳을 만들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게 로비 설계에서 의외로 큰 부분입니다.

호텔 로비 셀프 체크인 존 3D 렌더링
렌더 단계의 셀프 체크인 존. 키오스크와 음료·제빙기 자리를 처음부터 함께 계획했습니다.

확장한 바닥은 무엇으로 덮을 것인가

공간을 넓히면 바닥이 드러납니다. 벽이 서 있던 자리, 새로 열린 자리에 바닥재가 없으니까요. 리뉴얼 현장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문제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제일 깔끔한 답은 기존과 같은 자재를 이어 까는 겁니다. 통일감도 생기고, 리뉴얼인데도 신축 로비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몇 년 지난 자재는 같은 제품을 구하기가 어렵고, 어렵게 같은 제품을 구해도 색감이 똑같이 나오지 않습니다. 로트가 다르면 톤이 미묘하게 어긋나거든요. 억지로 이어 붙이면 오히려 그 경계가 더 눈에 띕니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리셉션과 대기 공간을 같은 공간으로 두되, 마감재의 색상과 질감에 의도적으로 차이를 줬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차이를 감추는 대신 설계 언어로 쓴 겁니다. 결과적으로 두 영역이 자연스럽게 구분되면서, 손님은 “여기는 체크인하는 자리, 저기는 기다리는 자리”를 벽 없이도 알아봅니다.

천장으로 한 번 더 나눈다

바닥에서 나눈 구획은 천장에서 한 번 더 정리했습니다. 리셉션 위 천장과 대기 공간 위 천장의 디자인을 다르게 가져간 거죠. 사람은 걸을 때 바닥을 보고, 서 있을 때 위를 봅니다. 두 면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면 벽을 세우지 않아도 공간이 나뉩니다.

이게 오픈 플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벽을 없애는 건 쉽습니다. 없앤 뒤에 영역이 뭉개지지 않게 잡아주는 게 어렵죠.

24시간 돌아가는 공간이라는 조건

호텔 로비는 문을 닫는 시간이 없습니다. 이게 자재 선택의 기준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주거 공간이라면 “예쁘고 관리하기 무난한” 정도면 충분한 마감이, 숙박시설에서는 캐리어 바퀴에 하루 수십 번 긁히고, 청소 카트가 지나다니고, 취객이 기대는 조건을 버텨야 하거든요. 렌더에서 똑같이 예뻐 보이는 두 자재가 있다면, 저는 현장에서 손톱으로 눌러보고 무거운 걸 굴려본 다음에 고릅니다. 렌더는 자재의 “생김새”를 보여주는 도구지 “수명”을 보여주는 도구는 아니라서요.

흔한 오해 하나. “상업공간 자재는 다 비싸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순서가 반대입니다. 내구 조건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단가를 맞추는 것이라, 오히려 불필요하게 비싼 자재를 걸러내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설계는 조건에 맞는 자재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무조건 좋은 것을 쓰는 일과는 다릅니다.

시즌2에서 다룰 이야기들

이번 시리즈는 8편으로 이어집니다. 로비의 우드 루버 벽이 렌더와 현장에서 어떻게 다른지(②), 조명을 왜 밝게 가져갔는지(③), 리셉션 데스크는 왜 곡선으로 만드는지(④), 로비 한 켠이 어떻게 조식 공간이 되는지(⑤), 낮은 복도 천장을 전부 여닫을 수 있게 만든 이야기(⑥), 시공사진 디테일 컷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⑦), 그리고 렌더에서 고른 자재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의 발주 과정(⑧)까지.

숙박업 리모델링을 검토 중인 건물주분들, 그리고 “3D 시안 받아봤는데 이대로 나오는 게 맞나” 궁금하셨던 분들께 실제 현장의 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이번 편 요약

  • 막혀 있던 안내실을 구조·법규 검토 후 오픈 리셉션으로 확장했습니다.
  • 키오스크·음료·제빙기 같은 무인 운영 장비와 대기 공간을 처음부터 함께 계획했습니다.
  • 리뉴얼에서 기존 바닥재를 똑같이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 차이를 구획 언어로 바꿨습니다.
  • 바닥의 색상·질감 차이와 천장 디자인 차이로, 벽 없이 두 영역을 나눴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사진의 위치·개인 식별 요소는 사전 검수를 거쳐 처리했습니다. 다음 편(②)에서는 로비 벽면의 우드 루버(리브 패널)를 렌더와 시공사진으로 비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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