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 타석룸 3D 렌더링 - 스크린과 인조잔디 퍼팅 그린, 흡음 패널 벽

[3편] 방 하나를 정하면 아홉 번 복사됩니다 — 2층 타석룸

스크린골프 타석룸을 아홉 개 만든다는 건, 방을 아홉 번 만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 방을 아주 오래 고민한 다음 여덟 번 복사한다는 뜻이에요.

2층에 9개, 3층에 9개. 이 현장에서 제가 실제로 설계한 방은 사실상 두 개입니다. 나머지 열여섯 개는 그 두 개의 복제예요. 그래서 이 두 방에 시간을 몰아 썼습니다.

스크린골프 타석룸 3D 렌더링 - 스크린과 인조잔디 퍼팅 그린, 흡음 패널 벽
2층 타석룸. 이 한 방이 확정되면 같은 층에 여덟 번 반복됩니다.

잘못 고르면 아홉 번 틀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흡음 패널을 하나 골랐다고 해봅시다. 색이 미묘하게 어둡거나 질감이 생각과 달라도, 방 하나면 “뭐 이 정도야” 하고 넘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아홉 개 방에 똑같이 붙고 나면 그게 그 층의 성격이 됩니다. 손님이 어느 방에 들어가도 같은 느낌을 받으니까요.

되돌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뜯어내는 비용이 아홉 배고, 자재 재발주에 걸리는 시간도 그대로 아홉 배는 아니지만 공정 전체가 밀립니다. 그래서 반복이 많은 현장일수록 결정 한 번의 무게가 다릅니다.

여기서 3D가 목업을 대신했습니다. 타석룸 하나를 실물로 지어보고 판단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컸거든요. 대신 3D에서 한 방을 계속 고쳤습니다. 소파를 옮겨보고, 문을 열고 닫아보고, 잔디 경계를 앞뒤로 밀어보고.

스크린골프 타석룸 안에는 방이 두 개 들어 있습니다

이게 이 공간의 진짜 특징입니다. 한 방처럼 보이지만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구역이 붙어 있어요.

앞쪽은 치는 공간입니다. 인조잔디가 깔리고, 조명은 어둡고, 공에만 빛이 떨어집니다. 뒤쪽은 앉는 공간이에요. 타일 바닥에 소파가 놓이고, 조명은 밝습니다. 1편에서 사장님이 강조하셨던 그 요구가 이 한 방 안에서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스크린골프 타석룸 대기 공간 3D 렌더링, 단차 없이 재질과 색으로 구분한 타석과 소파 구역
잔디에서 타일로 바뀌는 선이 곧 조명이 바뀌는 선입니다. 그런데 이 선에는 단차가 없습니다.

그래서 설계의 첫 질문이 이거였습니다. 이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

잔디를 뒤로 많이 빼면 스윙 공간은 넉넉해지는데 소파 자리가 좁아집니다. 반대로 앞으로 당기면 앉을 자리는 늘지만 치는 사람이 답답해져요. 특히 드라이버는 백스윙에서 몸이 뒤로 빠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뒤 공간이 필요합니다. 도면에서 숫자로만 보면 몇십 센티 차이지만, 실제로 서 보면 확연히 다릅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여기에 조건을 하나 더 붙이셨습니다. 이게 이번 층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간 결정이 됐어요.

“손님하고 관리, 두 가지가 다 되게 해주세요. 안전까지요.”

단차를 없애는 데 돈이 들어갔습니다

다른 스크린골프장에 가보시면 타석이 한 단 올라가 있습니다. 많게는 200mm쯤 되는 곳도 있어요. 이게 표준에 가깝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타석 매트 아래로 배선이 지나가야 하고, 타격 충격을 먹을 완충재도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걸 기존 바닥 위에 얹으면 자연스럽게 단이 생깁니다. 바닥을 파지 않는 한 피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사장님은 이 단차를 없애자고 하셨습니다. 이유가 셋이었어요.

첫째는 안전입니다. 타석 쪽은 어둡게 만들어놓은 구역이잖아요. 대기하던 사람이 일어나서 타석으로 걸어 들어갈 때, 발밑이 어두운 상태에서 200mm 단차를 만나면 실제로 걸립니다. 술이 조금 들어간 손님이면 더하고요. 앞선 매장에서 겪어보신 얘기였습니다.

둘째는 손님 경험입니다. 실제 필드에는 단차가 없어요. 페어웨이에서 티박스로 그냥 걸어 들어가죠. 최대한 그 느낌에 가깝게 가자는 거였습니다.

셋째는 관리입니다. 이건 운영해본 사람만 하는 얘기인데, 단차가 있으면 청소 도구가 그 선을 못 넘습니다. 매번 들어서 올려야 하고, 단차 모서리에는 먼지가 계속 낍니다. 아홉 개 방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이에요.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단차를 없애려면 타석만 올려서는 안 됩니다. 대기 공간 바닥까지 같이 올려야 해요. 방 전체 바닥을 두 단계로 높이는 작업이 됐어요. 한 번에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구조상 그게 안 돼서, 여러 공정으로 나눠 올라갔습니다. 공기도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면 경계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재질과 색만으로 합니다. 초록 인조잔디에서 회색 타일로 바뀌는 그 선이 전부예요. 단 하나 없이, 바닥 재질이 바뀌는 것만으로 사람은 “여기부터 다른 영역이구나”를 압니다. 여기에 조명까지 겹치니까 구분은 충분히 됩니다.

이건 카메라를 사람 눈높이에 놓고 여러 번 렌더링하면서 잡았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평면도로는 절대 안 잡히는 감각이에요.

소파를 어디에 두느냐도 여기서 같이 정해집니다. 스크린골프는 혼자 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네 명이 와도 한 번에 한 명만 치고, 나머지 세 명은 앉아 있어요. 그러니까 이 방에서 가장 오래 사용되는 가구는 소파예요.

소파를 타석 옆에 두면 대기하는 사람이 치는 사람의 옆모습을 봅니다. 뒤에 두면 등을 보게 되고요. 이번에는 타석 뒤쪽 정면에 길게 배치했습니다. 앉아서 앞을 보면 치는 사람의 뒷모습 너머로 스크린이 같이 들어와요.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보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동반자가 심심하냐 아니냐가 여기서 갈립니다. 그리고 그 동반자가 다음번에 예약을 잡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소파 옆에는 행거를 뒀습니다. 골프복은 겉옷이 부피가 커요. 걸 데가 없으면 소파 등받이에 걸치거나 바닥에 놓게 되는데, 그러면 방이 순식간에 지저분해 보입니다. 옷걸이 하나로 방의 인상이 꽤 달라집니다.

9개 방을 하나로 여는 문

여기가 이 매장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가장 오래 붙잡고 계셨던 부분이기도 해요.

이 건물은 가로가 60m 가까이 됩니다. 타석룸 아홉 개가 그 길이를 따라 일렬로 늘어서요. 보통 스크린골프장이라면 여기서 끝입니다. 방 아홉 개, 벽으로 완전히 분리, 서로 남남.

그런데 사장님 생각은 달랐습니다. 방과 방을 열어서 이어 쓸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스크린골프 타석룸 8연동 도어 3D 렌더링, 문을 전부 열어 9개 룸이 하나로 이어진 상태
문을 전부 열었을 때. 거울에 비친 게 아니라 실제로 옆방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이유는 단체 손님입니다. 네 명씩 아홉 팀이면 서른여섯 명이에요. 회사 모임이나 동호회 대회 같은 예약이 들어오는데, 각자 방에 갇혀 있으면 그건 그냥 따로 노는 아홉 개의 모임입니다. 문을 다 열어버리면 서른여섯 명이 한 공간에서 오가며 게임을 합니다. 옆 팀 점수를 보러 가고, 구경하고, 자리를 옮겨 다니고요.

열리면서 동시에 막혀야 하는 문

말은 간단한데 구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크게 세 가지를 풀어야 했어요.

먼저 어떻게 열 것인가. 일반 미닫이는 문짝이 한두 장이라 열어도 벽이 절반은 남습니다. 그 정도로는 “방이 이어진다”는 느낌이 안 나요. 그래서 8연동 도어로 갔습니다. 여덟 장이 서로 물려서 한쪽으로 차곡차곡 접히는 방식이라, 다 열면 개구부가 거의 벽 전체가 됩니다. 벽이 사라진다는 표현에 가까워야 이 계획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다음은 구조입니다. 문짝 여덟 장이 레일에 매달립니다. 그 하중을 어디서 받을 것인가가 문제였어요. 신축 철골조라 보의 위치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레일은 개구부 전체 폭을 따라가야 하니까 둘이 안 맞으면 답이 없습니다. 이건 인테리어 혼자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구조 쪽과 같이 봐야 했어요.

그리고 방음. 이게 제일 까다로웠어요. 평소에는 아홉 개를 개별 룸으로 팔아야 하니까 닫혀 있을 때는 벽처럼 막혀야 합니다. 그런데 벽을 문으로 바꾸면 차음 성능은 필연적으로 떨어집니다. 문짝은 벽보다 얇고, 무엇보다 틈이 생기니까요. 여덟 장이면 접합부만 여덟 군데예요. 활짝 열리면서 동시에 완전히 막혀야 한다는, 서로 반대되는 조건을 같은 물건에 요구한 셈입니다.

참고로 스크린골프장의 소음은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클럽이 공을 때리는 순간의 충격음이에요. 짧고 강한 소리라 벽이든 문이든 잘 타고 넘어갑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 소리인데, 잘 맞았을 때 나오는 환호성이 의외로 큽니다.

그래서 경계면을 두 겹으로 봅니다. 소리를 옆방으로 안 넘기는 차음, 그리고 방 안에서 소리가 울리지 않게 하는 흡음. 이 둘은 다른 일이에요. 차음만 하면 방 안이 노래방처럼 울리고, 흡음만 하면 옆방 소리가 그대로 들립니다. 문에도 이 두 가지를 같이 넣어야 했습니다.

천장과 바닥도 남습니다. 3층에서 치는 소리가 2층으로 내려오거든요. 타석 매트 아래에 완충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바닥으로 전해지는 진동은 벽으로도 문으로도 막을 수가 없어요.

문이 벽을 대신하면 문이 곧 인테리어입니다

세 번째 문제는 미관이었습니다.

개구부가 벽 전체가 된다는 건, 그 면 전체가 문이라는 뜻입니다. 방에 들어섰을 때 눈에 들어오는 면적의 상당 부분이 문짝이 돼요. 여기서 문이 문처럼 보이면 방 전체가 창고 셔터처럼 읽힙니다.

그래서 문짝 마감을 벽면 흡음 패널과 같은 톤, 같은 분할선으로 맞췄습니다. 닫혀 있을 때는 그냥 벽의 연장으로 보이게요. 렌더에서 문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잘 구분이 안 되실 텐데, 그게 의도한 결과입니다.

열었을 때도 문제가 있습니다. 접힌 문짝 여덟 장이 한쪽에 두툼하게 서 있게 되거든요. 그 덩어리가 어디에 서는지, 그 자리가 타석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지, 두께가 얼마나 튀어나오는지를 미리 봐야 했습니다. 바닥 레일도 마찬가지예요. 바닥에서 튀어나오면 걸려 넘어지고 청소도 어려워집니다.

이 부분이 3D가 가장 크게 일한 대목이었습니다. 문을 닫은 상태와 전부 연 상태를 각각 렌더링해서 나란히 놓고 봤어요. 특히 다 열었을 때 아홉 개 방이 끝까지 이어져 보이는 장면은 도면으로는 절대 상상이 안 됩니다. 사장님이 그 이미지를 보고 나서야 “이거면 되겠다” 하셨습니다.

평소에는 아홉 개 독립 룸, 단체가 오면 하나의 대형 공간. 같은 면적으로 받을 수 있는 손님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복도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합니다

타석룸이 아홉 개면 복도도 그만큼 깁니다. 이 긴 복도를 그냥 지나가는 통로로 두면 아까워요.

스크린골프장 2층 복도 3D 렌더링, 우드 커피바와 슈즈 진열장
복도 한쪽 벽면을 통째로 커피바와 수납으로 썼습니다.

여기에 셀프 커피바, 슈즈 진열장, 로커를 붙였습니다. 세 가지 다 “손님이 잠깐 멈춰 서는” 물건이에요. 복도에 멈출 이유가 생기면 그 공간이 통로에서 라운지로 바뀝니다.

슈즈 진열장은 조명을 넣어서 진열대처럼 만들었습니다. 골프화는 보기에도 예쁘고, 매장이 골프장이라는 걸 말없이 알려주는 소품이기도 해요.

스크린골프장 2층 복도와 서빙 로봇 동선 3D 렌더링
복도 폭은 서빙 로봇이 다니는 걸 전제로 잡았습니다.

복도 폭을 정할 때 로봇을 계산에 넣었습니다. 요즘 스크린골프장은 음식 주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큰데, 직원이 매번 방까지 나르면 인건비가 감당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로봇에는 큰 한계가 하나 있습니다. 문을 못 엽니다.

손이 없으니 당연한데, 이게 실제로는 치명적이에요. 음식을 싣고 방 앞까지 잘 갔는데 문이 닫혀 있으면 거기서 끝입니다. 손님이 나와서 문을 열어줘야 하고, 그럴 거면 처음부터 직원이 갖다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죠.

그래서 타석룸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하고 로봇과 연동시켰습니다. 로봇이 배달할 방 앞에 도착하면 문이 알아서 열립니다. 사람 손이 한 번도 안 들어가요.

이게 인테리어 입장에서는 꽤 큰 결정입니다. 문 하나가 자동문이 되면 문틀 사양이 달라지고, 상부에 구동부가 들어갈 자리를 확보해야 하고, 전원과 제어선이 그 문틀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그걸 2층 아홉 개, 3층 아홉 개, 총 열여덟 개 방에 전부 해야 했어요. 도면 단계에서 미리 잡아두지 않으면 나중에 천장을 다시 뜯어야 합니다.

이건 제가 먼저 제안한 게 아니었습니다. 사장님이 앞선 매장을 운영하면서 정리해 오신 부분이었어요. 두 번 해보고 세 번째에 시스템으로 만든 셈입니다.

스크린골프장 2층 프론트 데스크 3D 렌더링, 우드 루버 벽과 스톤 카운터
2층 프론트. 우드 루버 벽과 짙은 스톤 카운터로 갔습니다.

비슷한 반복 구조를 준비하신다면

스크린골프장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스터디카페, 공유오피스, 파티룸처럼 같은 방을 여러 개 찍어내는 상업 공간이라면 똑같은 함정에 걸립니다.

먼저, 결정을 한 방에서 다 끝내고 시작하세요. 아홉 개를 짓고 나서 벽지 색을 바꾸면 아홉 배가 아니라 그 이상이 듭니다. 뜯어내는 인건비, 재발주 대기 시간, 그동안 못 파는 방까지 계산에 들어가니까요. 실물 목업이 부담스러우면 이번처럼 3D로라도 한 방을 끝까지 고쳐보고 나머지를 복제하시길 권합니다.

다음, 방과 방을 열고 닫는 구조(연동문, 접이식 파티션 등)를 넣으실 계획이면 구조 검토는 인테리어 단계가 아니라 그 전에 끝내야 합니다. 레일 하중을 받을 보 위치는 건축 단계에서 이미 정해지거든요. 나중에 알면 손댈 방법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음과 개방감은 같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문을 벽만큼 막으려고 하면 열었을 때의 개방감은 포기해야 하고,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처음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차음과 흡음을 나눠서 각각 풀어야 했습니다. “둘 다 완벽하게”가 아니라 “이 정도는 포기하고 이건 지킨다”를 클라이언트와 먼저 정하고 들어가시길 권합니다.

다음 편은 3층입니다

여기까지가 2층입니다. 그런데 3층은 평면이 똑같아요. 타석룸 아홉 개가 복도 양쪽으로 늘어서는 구조가 그대로 반복됩니다.

같은 도면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인상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왜 그래야 했는지, 그리고 어디를 얼마나 바꾸면 사람이 “다른 층”이라고 느끼는지를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 이 글의 이미지는 모두 직접 작업한 3D 렌더링입니다.
※ 클라이언트 및 현장 식별 정보는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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