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리셉션 데스크 금속 마감 제작 현장

렌더와 실제 사이 시즌2 ⑦: 4.5미터 카운터 — 색을 맞추고 반사를 나누다

이번 편에는 렌더가 없습니다. 시공사진만 놓고 이야기해 보려고요. 부산의 또 다른 호텔, 1층 로비를 리뉴얼하면서 만든 리셉션 카운터입니다. 지금까지 해온 카운터 중에 색감과 질감을 가장 오래 고민한 현장이에요.

호텔 리셉션 카운터 금속 마감 시공 현장
시공 중인 리셉션 카운터. 가로가 4.5미터를 넘는 크기입니다.

칸막이로 막혀 있던 좁은 1층

리뉴얼 전 이 로비는 옛날 방식이었습니다. 칸막이로 막힌 리셉션, 그 앞의 좁은 1층. 앞선 편들에서 본 현장과 비슷한 출발점이죠. 요즘 리뉴얼 문의가 오는 숙박시설의 절반쯤은 이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벽체를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벽을 걷어내면 그 뒤에 숨어 있던 것들이 드러납니다. 천장에 매달린 기기들, 여기저기 지나가는 설비들이요. 이걸 하나씩 옮기고 숨겨 가면서 시공했습니다. 벽 하나 없앤 자리를 정리하는 데 드는 품이, 벽을 없애는 품보다 훨씬 큽니다.

기존 마감은 그대로 두고, 색을 맞춘다

이 현장의 조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기존 로비 마감을 그대로 두고 진행하는 방식이었어요. 전부 걷어내고 새로 까는 게 아니라, 남는 부분과 새로 만드는 부분이 한 공간에서 만나야 했습니다.

그러면 새로 만드는 것의 색을 기존에 맞춰야 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워요. 신축이면 팔레트를 처음부터 짜면 되는데, 리뉴얼은 이미 정해진 색 옆에 새 색을 놓는 일이라 선택지가 확 줄어듭니다. 조금만 틀어져도 새것이 겉돌아 보이고, 너무 똑같이 맞추면 새로 한 티가 안 나서 공사비가 아까워집니다.

카운터는 로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물건이라 이 부담이 전부 카운터로 몰렸습니다. 색감과 질감을 두고 어느 현장보다 오래 고민한 이유입니다.

4.5미터 카운터 — 자재 크기가 패턴을 정한다

크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가로 4.5미터, 세로 2미터가 넘는 덩치예요. 이 정도 크기가 되면 “무슨 자재로 할까”보다 “이 자재로 이 크기가 되나”가 먼저입니다.

대부분의 판재는 규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4.5미터를 한 장으로 덮을 수 있는 자재는 거의 없어요. 그러니 반드시 이어야 하고, 이으면 줄눈이 생깁니다. 여기서 선택지는 둘입니다. 줄눈을 숨기려 애쓰거나, 줄눈을 디자인으로 삼거나.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자재의 규격 크기를 먼저 확인하고, 그 크기로 나눴을 때 가장 안정적으로 떨어지는 분할을 찾아 패턴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하면 이음새가 실수처럼 보이지 않고 의도한 선으로 읽힙니다. 자재를 아끼는 순서로 아무렇게나 붙이면 줄눈이 들쭉날쭉해지고, 그 순간 고급 마감이 값싸 보이기 시작합니다.

골드 프레임 · 석재 기둥 · 바 체어

호텔 로비 골드 프레임 구조물과 석재 기둥 시공

프레임 이음 디테일 클로즈업

호텔 로비 금속 프레임 이음 디테일 시공

반사면과 비반사면을 나눈 이유

이 카운터에서 제일 실용적인 결정은 반사면과 비반사면을 나눈 것입니다.

광택이 있는 금속은 화려합니다. 로비가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고요. 그런데 광택면은 지문이 남습니다. 손님이 카드를 올려놓고, 직원이 짐을 스치고, 하루에도 수십 번 손이 닿는 자리라면 그 자국이 계속 보입니다. 매일 닦아야 하는 마감이 되는 거죠.

그래서 손이 자주 닿는 면은 반사가 덜한 마감으로, 시선은 가지만 손은 닿지 않는 면은 반사 마감으로 나눴습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인데, 가까이 가면 두 가지 표정이 있는 구성이에요. 관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손이 덜 가면서도 화려함은 남습니다. 디자인과 관리가 부딪힐 때 저는 대개 이런 식으로 면을 나눠서 풉니다.

반사 재질은 현장에서 늘 어렵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반사되는 재질은 깔끔하게 마감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평평한 벽에 한 장 붙이는 거라면 괜찮습니다. 문제는 구조물에 맞춰야 할 때예요. 카운터처럼 면과 면이 꺾이고, 모서리가 돌고, 하부에 조명이 들어가는 물건에 반사 재질을 입히면 아주 미세한 단차도 빛이 그대로 잡아냅니다. 벽면이 조금 휘어 있으면 그 휨이 반사에 물결처럼 나타나고요. 도장이나 필름이면 눈감고 넘어갈 오차가 반사 재질에서는 다 보입니다.

그래서 반사 마감이 들어가는 현장은 시공 내내 신경이 곤두섭니다. 20년을 해도 이 부분은 여전히 긴장돼요. 앞 편에서 다룬 복도 미러 천장도 같은 고민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준공 후의 골드 — 관리까지가 마감이다

금속 마감은 예쁜 만큼 예민합니다. 지문이 잘 남고, 물때가 보이고, 잘못된 세제에 코팅이 상합니다. 그래서 저는 준공 인수인계 때 마감별 청소법을 한 장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마른 극세사로, 헤어라인 방향을 따라. 연마제 들어간 세제는 금지. 이 종이 한 장이 있으면 1년 뒤에도 카운터가 첫날처럼 보이고, 없으면 여기저기 원을 그리며 문지른 자국이 남습니다.

발주자용 체크리스트로 정리합니다. 포트폴리오나 현장 방문에서 이 네 가지를 가까이서 보세요. ① 큰 가구의 줄눈 간격이 일정한가 ② 새로 만든 부분과 기존 마감의 색이 겉돌지 않는가 ③ 광택면이 손 닿는 자리에 몰려 있지 않은가 ④ 모서리와 하부 조명 자리의 단차가 잡혀 있는가. 넓은 컷은 조명발이 만들지만, 이 네 가지는 실력이 만듭니다.

💡 이번 편 요약

  • 칸막이를 걷어내는 일보다, 드러난 설비를 옮기고 숨기는 일이 더 큽니다.
  • 기존 마감을 남기는 리뉴얼은 새로 만드는 것의 색을 기존에 맞춰야 해서 선택지가 좁습니다.
  • 4.5미터가 넘는 카운터는 자재 규격이 패턴을 정합니다. 줄눈을 의도된 선으로 만들었습니다.
  • 반사면과 비반사면을 나누면 화려함은 남기면서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시공 중 사진은 작업자가 찍히지 않은 컷으로 골랐습니다. 다음 편(⑧)은 시즌2 마지막 편, 렌더에서 고른 자재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의 발주 이야기입니다.

본 콘텐츠(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재배포를 금합니다. © 2026 데일리인포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